도쿄~뉴욕 비행기값이 '4억원'…그래도 타는 이유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입력 2022-01-05 07:57   수정 2022-01-05 09:06



도쿄~뉴욕 4박5일 왕복에 3900만엔(약 4억264만원). 도쿄~신치토세 1박2일 왕복에 600만엔. 싱가포르-방콕-양곤 편도 600만엔부터.

일본 최대 항공사 전일본공수(ANA)홀딩스가 2018년 종합상사 소지쓰와 공동으로 설립한 전용기 서비스 회사 ANA비즈니스제트의 요금표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항공업계가 직격탄을 맞고 있지만 전용기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최근 보도했다.

ANA비즈니스제트의 2021년 상반기 매출은 1년전 같은 기간보다 2배 늘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문의가 급증하더니 긴급사태선언이 해제된 작년 10월 이후부터 더 늘었다"고 말했다.

전용기 관련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미국 글로벌제트캐피털은 세계 전용기 시장(기체 판매액 기준)이 2025년 362억달러(약 43조원)로 5년 만에 40%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항공(ANA)도 2019년 종합상사 마루베니와 손잡고 JAL비즈니스에비에이션을 설립했다. 두 회사 모두 기체를 직접 보유하지 않고 승객 요청이 있을 때 외부기업으로부터 기체를 대절한다.

전용기 유지비용이 천문학적이기 때문이다. 좌석수 14석 규모인 전용기 기체의 가격은 70억~80억엔 수준이다. 여기에 공항 보관시설이용료와 정비비, 인건비, 고정자산세 등 연간 유지비용이 최소 2억~3억엔에 달한다.

전용기 시장의 성장은 타인과 접촉을 꺼리는 '코로나 시대'의 소비성향과 맞아 떨어지는 특성 덕분이라는 설명이다. 전용기 승객은 보안검사와 출입국 수속을 위해 줄을 설 필요가 없다. 주요 공항에 전용기 승객을 위한 별도의 시설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주고객은 대기업의 경영진이었다. 전용기는 외부인에게 노출되지 않고 탑승이 가능해 대형 인수·합병(M&A)과 같은 비밀협상에 활용됐다. 코로나19 이후에는 사원을 위해서도 전용기를 활용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정기운항편이 끊어진 지역에 직원이나 기술인력을 파견하기 위해서다.

하시모토 야스오 J.F.오버린대학 객원교수는 "일본은 공항의 시설정비가 활발하게 진행되는 등 편리성이 높아져 시장이 성장할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하네다공항은 작년 7월 국제선터미널에 전용기 승객용 전용게이트를 설치했다. 가고시마공항은 10월 아시아 부유층을 끌어들이기 위해 전용시설을 정비했다.

전용기 요금은 기체와 운항거리에 따라 결정된다. 일본에서 운항하는 가장 큰 기종인 봄바르디어 '글로벌7500'은 14석에 1만4000km를 비행할 수 있다. 객실 길이는 16.5m, 폭 2.4m로 침실과 응접실로 개조도 가능하다.



14인석 전용기로 도쿄와 뉴욕을 4박5일 동안 왕복하는데는 3900만엔이 든다. 8석 규모의 전용기로 도쿄와 홋카이도 신치토세공항을 1박2일 동안 왕복하는 요금은 600만엔이다. 승객이 필요에 따라 아시아 주요 도시의 운항코스를 직접 짜는 맞춤형 코스도 있다.

일본의 전용기 등록대수는 선진국에 비해 적은 편이다. 일본 국토교통성에 따르면 2019년 주요국의 전용기 등록수는 미국이 2만1888기로 가장 많았다. 독일(783기), 영국(525기), 프랑스(482기)가 뒤를 이었다.

중국(464기)과 인도(235기)도 전용기 등록대수가 급증하는 추세다. 일본은 2020년말 기준 59기에 불과하다. 일본은 '전용기=사치품'이라는 인식이 강한데다 세금이 싼 해외에 등록한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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